원문 : http://www.dt.co.kr/contents.html?article_no=2008010302011060700001
[마니아 & 동호회] `지오캐싱` 즐기는 조동규 델인터내셔널 차장
인터넷ㆍGPS 이용한 어른들의 놀이
세계각지에 숨겨진 보물 49만5590개
아이들에겐 모험ㆍ탐험 교육 효과도
"지오캐싱이라고 아세요?"
컴퓨팅 업체 델인터내셔널의 조동규 차장의 입에서 컴퓨터 메모리 용어 쯤으로 들리는 단어가 툭 튀어나온다. 지오캐싱(Geocaching)? 지구를 뜻하는 `Geo'와 컴퓨터 용어로 더 알려진 은닉처란 뜻의 `Cache'의 합성어인 이 말은 위성항법장치(GPS)를 활용한 `보물찾기'란다. 다시 말해 인터넷, GPS를 동원해 전세계에 숨겨진 보물을 찾고 또 보물을 숨겨놓는 어른들의 놀이다.
이런 별난 취미를 가진 이들이 지오캐싱 공식사이트(www.geocaching.com)에 따르면 몇백만이고, 세계 각지에 숨겨진 캐시(보물) 수는 49만5590개에 달한다. 한국인 활동가는 50~100명선이며, 한국 지역 내 보물은 271개다. 회원 수보다 캐시 수가 정확한 이유는 캐시를 숨긴 후 GPS 상의 좌표(위도, 경도)를 공식사이트에 등록해 사람들에게 알려야하기 때문. 무료로 가입한 회원들은 사이트에 등록된 캐시를 GPS 단말기를 활용해 찾고 발견하면 그 기록을 남긴 후 자기의 보물도 숨긴다.
왜 이런 취미를 갖게 됐을까. 조동규 차장은 "어릴 적 소풍 때마다 보물 찾는 시간이 가장 기다려졌었다. 한아름 찾은 보물 쪽지를 반 친구들에게 나눠주던 즐거운 기억이 오늘날까지 온 것 같다"고 말한다. 특히 두 아들과 함께 다니는데, 아이들에게 모험심과 탐험심을 길러주는 교육적 효과도 있다고 자랑한다.
어른들에게는 무의미하며 비생산적인 일 같지만 그 재미가 쏠쏠하다.
"숨기는 게 더 재미있어요. 힌트를 퀴즈로 내기도 하고. 출장을 갈 때도 GPS 단말기를 가져가 보물을 찾기도 하고, 숨기기도 하죠. 트래블버그(Travel Bug)라고 내 보물을 여행시키는 미션을 부여하는 놀이도 있습니다"
트래블버그는 최종 목적지를 정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동시켜달라는 것이다. 조 차장은 10년 전 다녀온 아프리카 우간다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"Go Go Uganda(고 고 우간다)"라는 미션을 단 캐시를 지난 11월 둔촌동에 숨겨 놓았다. 이 캐시는 11월 말 현재 숨긴 장소에서 약 2㎞ 이동했다. 만일 어떤 여행자가 외국 여행 때 가져가면 출국과 입국이 반복되면서 마침내 우간다에 도착할 것이다. 자신의 보물이 실제 우간다까지 갔을 때의 기쁨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.
이 놀이는 GPS 이용이 활발한 미국에서 출발했다. 2000년 5월 GPS에 관한 연구를 하던 어떤 이가 자기 집 근처에 비디오, 책 그리고 약간의 돈을 숨기고 인터넷에 알린 게 그 시작이다. 미국의 지오캐싱이 가장 활발해 이들은 팀을 이뤄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를 돌며 보물을 찾기도 한다. 국내에서는 주한미군이나 외국인 교사들이 활동을 많이 한다.
조동규 차장은 "얼마전 괌에 갔을 때 찾은 캐시는 인적이 드문 투몬 지역 위 바닷가였으며 다른 한 곳은 2차 대전 당시에 괌에서 싸우던 일본군 포대가 있던 곳"이라며 "해외에서 캐시를 찾다 보면 좋은 경치는 물론이고 그 나라의 역사도 새롭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"고 말했다. 그는 얼마 전 중국 대련으로 출장을 갔다가 호텔 아침식사에서 나오는 쨈병에 중국 동전을 담아 숨기고 돌아왔다. 그의 것이 대련 지역 첫 캐시다.
한지숙기자 newbone@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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